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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 광장에서 알바트로스를 생각함

기사승인 2017.02.15  20: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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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15일 이연실

콩코드 광장은 프랑스 시민혁명의 상징입니다. 18세기 혁명의 길을 걷다가 문득 20세기 한국의 민주 혁명이었던 4ᆞ19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21세기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홍콩의 우산혁명,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생각하다가 좌충우돌하며 인류의 가치를 저버리는 백악관의 트럼프에게 쏠려듭니다.

지구촌 각처에서 트럼프를 향한 분노의 함성이 드세져 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를 분열로 몰고가는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이 어떤 후환을 일으킬지 걱정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철저한 기업가였고, 돈 버는 일에서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독선적인 성격을 갖게 됐나 봅니다. 현재 70대인 그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의 말 한 마디로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이고 나라마다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뒤 택한 첫 휴가지가 근사한 휴양지가 아니라 프랑스의 콩코드 광장이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광장에서 인류 역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을 느껴보는 건 어땠을까요?

루이 15세 광장 등으로 불리다가 프랑스 시민 혁명 이후 콩코드 광장으로 로 바뀌었습니다. 그 단어에는 화합, 일치라는 프랑스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콩코드 광장에는 언제나 비둘기와 까마귀가 날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평화의 상징이자 죽음의 상징이기도 한 두 종류의 새들이 가로수 사이를 무심하게 날아다닙니다.

그 광장에서 600여년 동안 유럽의 지배자였던 합스부르크가의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절대 권력을 상징한 태양왕의 후손인 루이 16세가 시민들의 함성소리 속에서 단두대로 처형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콩코드 광장은 사람들과 세련된 건물들과 자연 풍광이 어우러져 평화롭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에서 공주로 살다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이 될 소년과 결혼을 할 때만 해도 유럽 왕실이나 귀족들 어느 누구도 비극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습니다. 당시 유럽 왕실의 표본 같았던 프랑스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딸이 시집온 뒤 단두대에서 처형되자 전 유럽 왕실 사람들뿐 아니라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유럽 왕실의 핵심이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이  수세기 동안 유럽에 실핏줄처럼 뻗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이 프랑스를 견제하기 위해 정략 결혼으로 공주를 시집보내곤 했기에 태양왕 루이 14세의 왕비도 합스부르크가의 피를 이은 마리아 테레사였습니다.

누구나 왕족이나 귀족으로서의 안락한 삶이 영원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루이 16세는 선조 할아버지들이 남긴 재정 적자와 자신이 미국 독립 운동 자금을 지원했기에  막대한 자금난에 시달리다 할아버지 대에 세운 광장의 단두대에 섰습니다. 당시 어느 귀부인은 자신도 단두대에서 목이 잘리는 것에 하얗게 질려 짐승처럼 포효했습니다 .건강한 성인 남자들 여럿이 단두대가 설치된 광장으로 끌고가는 내내 그녀는 발버둥치고 울부짖었습니다 세금 한 푼 안 내고 살던 그들의 최후였습니다.

인류사를 바꾼 그 광장은 경치가 빼어납니다. 프랑스 시민 혁명 당시 피를 뿜으며 두려움을 주었던 단두대 대신 그 자리에 아름다운 분수가 설치돼 있습니다 콩코드 광장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포함한 3천여 명의 왕가와 귀족의 목이 잘렸습니다. 프랑스 전역에서 4만 명 넘게 단두대에서 죽어나가 그 피가 강을 이루었습니다 콩코드는 인류사에서 수천 년 동안 신처럼 굴었던 절대 권력의 상징인 왕의 시대가 그토록 격렬하게 고별을 한 장소입니다.

프랑스 시민 혁명 당시 루이 16세 부부가 튈르리 궁에서 시민군에 의해 포위됐을 때 스위스 용병들이 죽음으로 끝까지 그 곁을 지켰습니다. 용병들은 스위스 가족들에게 ‘도망칠 수도 있지만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후손들이 신뢰받지 못하므로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편지를 보냈고 전멸했습니다. 이런 지조가 오늘날 스위스 은행이 신뢰받는 이유입니다. 스위스 정부 발표에 의하면 비밀 계좌에 수백조 원이 예치돼 있다고 합니다. 203개국 신흥 귀족인 재벌가나 권력층 측근 또는 왕족부터 졸부 심지어 성직자들의 비밀 금고로 드러났습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자유는 대개 피를 먹고 자랐습니다. 피의 역사를 뒤로한 지금도 콩코드 광장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프랑스는 이곳에서의 대혁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자유가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전 세계에 깨우쳐 주었습니다. 18세기에 콩코드 광장에서 절대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들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지구촌 우리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인류 역사 4천 년만 보더라도 93%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전쟁으로 죽어나간 사람들이 36억 명이 넘습니다. 대부분의 전쟁은 왕과 귀족들 그리고 신흥 자본가들의 탐욕이 일으킨 것들이지만 그 희생은 거의 98%에 속하는 사람들의 몫이었습니다. 루이 16세 당시 2%에 속하며 제1계급이라 불린 가톨릭 성직자와 제 2급으로 분류된 귀족들이 얼마나 교만하고 사치와 향락에 젖어 있었던지 그들은 나머지 백성들을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위한 소모품쯤으로 여겼습니다. 제 3계급으로 분류된 시민 계급이 삼부회에 참석할 때도 '어디 감히 천한 것들이 우리와 동석을 하려느냐?'며 따로 떨어져 앉게 했을 정도로 그들은 일반인들에게 극심한 혐오증을 보였습니다.

막대한 세금만 내면서 피고름을 빨렸던 98%의 일반 백성들의 분노가 하늘을 향해 폭발하였습니다. 당시 집에서 살림만 했던 여자들도 아줌마 부대를 만들어 과감히 왕실을 향해 쳐들어 갔습니다. 누구든 인간적인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할 때는 반드시 비극이 일어납니다. 제정 러시아의 절대 왕정도 다수의 농민들 손에 무너졌고 수천 년 이어온 중국 땅의 왕정도 청나라 대에서 끝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간이 부정부패에 시달리다 극도로 분노하면 신격화된 절대 권력의 왕정도 이슬처럼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콩코드 광장에서 배웁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총 칼을 손에 쥐지 않아도 지구촌 사람들은 너나없이 매일 생존을 위한 삶의 전쟁 속에서 삽니다. 콩코드 광장 한 켠에 이집트에서 ‘선물’로 준 수천 년 전의 유물 오벨리스크가 서 있습니다 그곳으로 관광객들이 지나갑니다. 그 무리 속에 날치기 하려는 집시들이 있습니다. 어디서 물건을 떼어오는지 하나같이 똑같이 생긴 값싼 기념품을 손에 들고 팔러 다니는 흑인 노점상들도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18세기나 우리들이 머무는 21세기 누구에게나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포 정치를 하는 북한도 있습니다. 여러 나라 난민들이 지표없이 흔들립니다. 지구촌 많은 정치 지도자들과 권력층들이 주는 상처로 모두가 아픈 시대입니다. 누구나 삶은 여전히 상처를 껴안는 일이고 어떻게든 견뎌내야 하는 것임을 광장의 풍경이 전하고 있는 듯합니다.

프랑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유럽 연합 탈퇴, 반 이민, 반 세계화, 반 이슬람 등 이른바 '프랑스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르펜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듯 프랑스 우선주의를 내걸고 대선에 도전 중인 그녀는 현재 프랑스 대선 출마 후보자 5명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 그녀를 “유럽 우파 그룹의 리더”라고 평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명단에 올렸습니다.

자국 우선주의 목소리는 프랑스 시민 혁명의 정신에 반대되는 길입니다. 혁명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를 부정하는 궤변입니다. 오늘날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와 거꾸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공산 정권을 지척에 두고 광화문 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서로 아픕니다 어쩌면 장차 지구촌에 다크호스처럼 멋진 지도자들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큰 깨우침을 얻을런지도 알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싹튼 그리스 아고라 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며 세련되게 정치를 했던 그날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알바트로스는 거대한 날개로 6일 동안 한 번의 날갯짓 없이 날 수 있고 두 달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나는 이 새가 한 번도 쉬지 않고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것은 바람의 높낮이와 기류를 파악해 어떠한 악조건의 상황이라도 자신의 때를 인내함으로써 가능하다고 합니다.

어느 봄날,
꽃샘 추위의 강한 바람 속에서 때를 기다리다가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나는 알바트로스가 한때 콩코드 광장을 스쳐갔듯이 우리 곁에 멋진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권오석 bims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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